우연히 DND에서 주최하는 해커톤 공고를 보게 되었고, 예전부터 동아리 활동, 해커톤에 참여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지원을 결심하게 되었다.

지원서 문항에서는 특별하게 기술적인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굳이 꼽자면, 자신 있는 프로젝트 관련 링크를 제출하는 문항이 있다. 모든 자기소개서 작성이 그렇듯, 나의 열정을 최대한 강조해서 꾹꾹 글을 눌러 담았다.

달력에 발표 날짜를 입력해 놨지만, 당일에 까맣게 잊어버린 채 다른 볼일을 보던 중, 뜻밖에 합격 메일을 받게 되었다. 대외활동에 참여해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첫 데뷔 전을 치를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기분이 들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개인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합격의 기쁨을 뒤로한 채 디스코드에서 팀 빌딩을 시작해야 했다. FE 2, BE 2, 디자이너 2명으로 팀을 구성해야 했기 때문에 서둘러 자기소개서 채널을 탐색하게 되었다.

이미 몇몇 분들이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주셨는데, 현직 개발자분들을 비롯해 뛰어난 분들이 많이 계셔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어떻게 나를 어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됐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기술적인 내용은 사용 가능 정도만 명시하고 원만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부분을 어필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자기소개를 작성하고, 어찌어찌 시간이 흘렀지만 결국 마감 하루 전까지 팀을 구하지 못했다. FE에서 큰 메리트가 없는 내가 너무 수동적으로 행동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먼저 연락을 드리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 결과 다행히도 마감 전에 팀을 구성할 수 있었다.

팀명은 처음 들어봤지만 럭키비키 🍀 ( 원영적 사고 )로 MZ스럽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자는 아주 마음에 드는 용어로 선정하게 됐다.

당일 오전 7시에 수면을 시작해 오후 14시에 기상했고, 팀원들과 밥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기 때문에 곧바로 준비를 마친 뒤에 해커톤 개최지 근처 식당으로 향하게 되었다.

식당에서 밥을 먹던 중 작은 해프닝이 있었는데, 나는 불고기 볶음밥을 주문했고 아무 생각 없이 밥을 먹고 있었다.

그렇게 식사를 이어가던 중 갑자기 직원분께서 "혹시 불고기 볶음밥을 주문하지 않으셨냐?"라고 여쭤보셨고, 그제서야 불고기 볶음밥이 아닌 닭고기 볶음밥을 먹고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닭이던 불고기던 상관없기 때문에 그냥 먹겠다고 말씀드렸다. 우리 팀의 팀명처럼 원영적 사고로 생각해 봤을 때, "나름 착한 일을 했으니, 이번 해커톤에서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라고 팀원들과 웃어넘겼던 재미있는 해프닝이었다.

간단한 OT가 끝나고 마지막 주제 키워드 불편함과 키워드 연관 규칙이 공개되었고, 이와 동시에 해커톤이 시작되었음이 선포되었다.

아이디어 선정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되었다. 세상에는 이미 정말 많은 서비스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도 브레인스토밍을 계속 진행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했고, 다행히 그중에 한 아이디어를 보강해 주제로 선정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개발을 시작하며 많은 우여곡절을 겪게 되었고 점점 무아지경 상태에 빠져 키보드를 두들기게 되었다. 화장실 갈 때가 아니면 의자에서 떠날 수 없을 정도로 바쁘고 긴박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다행히도 미리 생활패턴을 조정한 덕분에 잠을 많이 잘 수 있었고, 덕분에 그렇게까지 피곤하지는 않았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정신없던 상황 때문에 피곤할 순간도 없었던 것 같다. ( 실제로 발표 15분 전까지 코딩했다.. )

이번 해커톤을 진행하며 4년 만에 밤을 처음 새고, 에너지 드링크를 마셔봤던 것 같다. 그렇게 새벽 6시가 되었을 때 피로 때문인지는 몰라도 두뇌 회전이 점점 둔해지고 말을 잃어갔다. 가장 치명적인 부분이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았다.

모두가 지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다들 포기하지 않았고 같은 프런트를 담당한 민규 님의 슈퍼 캐리로 발표 전까지 서비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

최종 발표 및 시상식이 진행되기 전에 그동안의 피로가 몰려왔고, 잦은 하품으로 인해 마치 오열한 것처럼 많은 눈물을 흘렸다.

어쩌다 보니 우리 팀이 첫 번째로 발표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첫 번째 발표로 인한 긴장보다는 오히려 첫 발표가 가장 주목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일단 나부터도 중반에 피로가 몰려와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

팀장인 예성님께서 발표를 잘 해주셨고, 다른 9팀의 발표가 끝난 뒤에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인기상과 2등이 발표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아쉽지만 수상에는 실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1등 발표가 진행되었고 그 찰나의 순간 시상을 진행해 주시는 운영자 님께서 우리 테이블을 휴대폰과 번갈아 여러 차례 쳐다 보시는 게 보였다.

설마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럭키비키"가 불렸고, 우리 팀은 예상치도 못했던 1등 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실감이 안 났지만, 인증샷 촬영과 자리 정리를 마친 후에야 길고 길었던 16시간의 여정이 끝났다는 것과, 1등 상을 수상했다는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첫 해커톤이지만, 이번 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개발 과정에서 느낀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

1. 수상이라는 결과를 남겼다.

다른 프런트 분들에 비해 경쟁력이 많이 떨어지는 만큼 팀을 구성하게 된 것만 해도 큰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간절한 마음이 통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운이 좋게도 뛰어난 분들과 팀을 이룰 수 있었고 새로운 인연과 특별한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큰 결과물인 수상이라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2. 자아성찰과 기술적 성장의 계기

같은 프런트를 담당한 민규 님께서는 현업에서 약 3년 정도 개발을 진행하신 경험이 있으셨기 때문에 작성하신 코드 로직과 개발 방식을 옆에서 보고 참여 및 서포트해 보며 그동안 나의 부족한 개발 실력을 반성함과 동시에 새로운 지식들을 배울 수 있었다. 👀

3. 느슨해진 개발씬에 긴장감을 줘

오랜만에 도파민이 끓는 느낌을 받았다. 혼자 집에서 프로젝트나 공부를 할 때면, 느슨해질 때가 많았는데, 오랜만에 쫄깃쫄깃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경험으로 더 성장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얻었고, 원동력이 되는 도파민의 달콤함을 맛봤다.

1. 어중간했던 사전준비

해커톤을 시작하기 앞서, 단골 소재인 지도 기능을 사용하게 될 것 같아 간단하게 마커 기능까지만 사용해 보고 준비했지만, 현장에서 선정한 아이디어에서 요구되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 다른 기능을 사용하게 됐다.

간단한 기능이지만, 어떠한 영문인지 계속 에러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개발 시간이 많이 지연되었다. 시간이 지난 뒤에 알게 되었지만, 알고 보니 네이버 맵에서 변환 관련 권한 설정을 하지 않아 발생하는 오류였고, 급한 마음에 기본적인 부분을 놓치고 있던 것이다.

지나고 난 뒤에 생각해 보니, 이 부분이 참 아쉬웠다. 만약 해커톤을 처음 경험하는 참가자들이 있다면, 단골 기능(지도, 달력 등등)을 미리 세팅하고 사용해 볼 것을 추천한다.

2. 100% 해커톤을 즐겼나?

해커톤이 진행되는 16시간 동안 야식 먹을 때나 화장실을 다녀올 때를 제외하면, 정말 개발만 했다. 완성물을 도출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중간에 팀원들과 산책도 하고 네트워킹도 하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바쁜 일정으로 개발 외에 다른 활동을 진행하지는 못했다.

사실 이 부분은 해커톤에 아직 완벽히 적응하지 못한 나의 버벅임과 부족했던 기술 역량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허무맹랑하게 날린 시간을 생각했을 때 다음번에는 실수를 줄여 좀 더 여유 시간을 만들고, 새벽 산책을 꼭 해봐야겠다. 😎

해커톤이 끝나고 귀가하는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며 집에 도착했을 때, 정류장에서 집까지 따스한 햇볕이 나를 반겨주었다. 걷는 와중에 피곤하고 더웠지만, 정말 행복했다.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세상을 보는 눈이 한층 더 넓어진 것 같았다. 다음 대외활동에 참여하게 된다면, 이번에 느꼈던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빌려 다시 한번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고생한 우리 럭키비키 팀원들, 행사를 주최해 주신 DND 측에 감사의 말을 전하며 글을 마치겠다.